오늘은 니체, 쇼펜하우어마저 극찬한, 인간본성과 관계에 대한 최고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인간관계론에 대한 철학적 사고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y Morales, 1601~1658)
1601년 1월 8일, 스페인 벨몬테 데 칼라타유드에서 태어난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의사의 아들이었으며, 어린 시절 신부였던 삼촌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1621년부터 예수회 학교에서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으며, 학업을 마친 후 다양한 예수회 학교에서 후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였다고 합니다.
설교자로서 명성을 얻은 그였지만 설교단에서 잇단 불복종하는 그의 태도에 협회로부터 불만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그는 예수회로부터의 질책을 줄곧 무시하는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그는 협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추방되기까지 하는 우여곡절도 겪었습니다. 신체적으로 쇠약했던 그라시안은 1658년 57세의 젊은 나이로 스페인 북동부의 아라곤 왕국의 타라조나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후에 그가 태어난 아라곤 마을인 벨몬테 데 칼라타유드는 그를 기리기 위해 마을 이름을 벨몬테 데 그라시안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고찰
40세에 설교자로 큰 성공을 거둔 후에 그라시안이 출간한 『재능의 기술』(Arte de ingenio, 1642년)을 더욱 풍성하고 폭넓게 확장하여 발간한 책이 바로 『사람을 얻는 지혜』(Oráculo manual y arte de prudencia, 직역하면 “신탁 편람과 지혜의 기술”)라고 합니다.
그는 예수회 신부였지만, 정작 글 안에는 종교적인 언급은 거의 없으며, 기독교의 도덕 이념을 억지로 지향하지도 않습니다. 그라시안이 생각한 근본적인 삶의 목표는 아마도 성공과 명성보다는, 개인의 성숙이었을 것입니다.
책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그라시안은 인간의 근본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성공 전략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알아야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전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회의 허가 없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으며, 감금과 감시에 시달리는 과정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 나간 그라시안의 절개가 느껴집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간관계 명언
그라시안은 '인간의 위대함은 타고난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 속에서 우리는 그가 인간의 근본을 지키는 것을 얼마나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라시안의 철학 중에서 인간관계에 관련된 명언들을 발췌하여 소개해 봅니다.


온전한 사람은 두 가지에서 조화를 이룬다.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 즉 온전한 사람이란 두 가지에서 조화를 이룬다. 기질과 재능이 그것이다. 기질은 탁월함으로 이끄는 인간의 본질로 성격과 개성 등을 포함한 선천적인 요소를 뜻하며, 재능은 상상력과 지식을 통해 유용한 것을 만들고 창조하는 능력으로 후천적으로 얻게 된 능력을 말한다. 이 중 하나만 있으면 반쪽짜리 행복만 누리는 셈이다. 재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타고난 기질도 필요하다. 한편,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상태와 일, 지역, 친구를 잘못 선택해 불행해진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은 하수가 하는 일이다.
일할 때 전부를 드러내지 말라. 패를 다 보이는 게임은 도움이 안 될뿐더러 즐겁지도 않다. 성과를 곧장 드러내지 않으면 상대방이 기대하게 되는데, 특히 모두가 기대하는 중요한 직책에 있을 때는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모든 일에 신비감을 주어 존경심을 유발해야 한다. 사람들과 교제할 때 속마음을 다 털어놓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자기 생각을 알릴 때도 모든 걸 다 드러내면 안 된다. 조심스러운 침묵은 지혜의 성역이다. 다 공개된 해결책은 절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기 쉽다. 그런데 거기에 결과까지 안 좋으면, 불행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신이 움직이는 방법을 모방하여 사람들이 당신을 주시하고 신경 쓰게 만들어야 한다.
지식과 용기가 위대함을 만든다.
지식과 용기가 위대함을 만든다. 지식과 용기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위대함도 없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행동하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식이 없는 사람은 어두운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식은 두 눈과 같고, 용기는 두 손과 같다. 따라서 용기 없는 지식은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한다.
당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라.
현명한 사람은 자신에게 감사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원한다. 당장의 감사함보다는 긍정의 기대를 하게 만드는 편이 낫다. 당장의 감사함은 쉽게 잊혀 지지만, 기대를 하게 만들면 오래도록 기억되는 법이다. 의존하게 만들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면 당신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게 되고, 그렇게 존중하는 마음도 끝이 난다. 따라서 사람을 대할 때 위안을 주되,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말고, 항상 자신에게 의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라. 왕관을 쓴 군주라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들 때 오래도록 좋은 군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너무 침묵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 실수하게 내버려 두거나, 자신의 이익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처음부터 온전한 사람은 없다.
완성된 사람, 온전하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재능과 능력이 탁월해지는 경지에 오를 때까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완성된 사람에게는 고상한 취향과 정제된 재능, 성숙한 판단, 분명한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재능과 능력을 갈고 닦는데 게으름이 없고, 현명하게 말하고 지혜롭게 행동하는 사람은 항상 신중한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고, 그들 사이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윗사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라.
승리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주변으로부터 미움을 가져오기 쉽다. 특히 윗사람을 이기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우월함은 좋은 것이지만, 늘 남의 반감을 불러오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라. 신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장점을 감추는 데 익숙하다. 사람들은 남들이 나보다 행운을 누리고 좋은 능력을 가진 것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자신보다 재능이 뛰어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윗사람이면 더할 것이고, 군주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윗사람은 도움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능가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윗사람에게 조언할 때에는 그가 볼 수 없었던 것을 일깨워주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잊어버린 것을 상기시켜주듯이 해야 한다. 별들은 아름다운 빛을 내지만 절대 태양보다 밝게 빛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은 가장 고귀한 정신을 소유한 사람이다. 이러한 우월한 경지에 이르면 제멋대로 하는 저속한 행위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큰 지배는 없고, 이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이다. 감정에 휘둘린다는 생각이 든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하지 않으면 된다. 특히 높은 지위에 있다면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것이 문제를 피하고 자신의 평판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친구와의 만남에서 배움이 있게 하라.
하나라도 배울 게 있는 친구가 있다면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친구들을 스승으로 삼아 대화의 즐거움도 누리면서 유익한 배움도 얻어야 한다. 말할 때는 박수를 받고, 들을 때는 배우면서 박식한 사람들과 함께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영웅들의 집에 더 자주 들른다.
속이려는 적의 의도를 냉철하게 판단하라.
사람들은 절대 본인의 의도를 온전히 상대방에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교활하게 속이고,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끌고 가며, 본인의 숨은 의도를 감쪽같이 숨기려고 한다.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사람은 이런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진짜 의도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냉철한 관찰을 통해 속임수를 꿰뚫고 속에 감춰진 의도를 발견한다.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곁에 두어라.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권력자들은 대부분 똑똑하고 용감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현명한 사람들을 옆에 두고 활용할 줄 아는 것은 자신이 혼자 하는 것보다 위대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이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매우 현명한 처사이다. 그들을 종으로 만들 수 없다면, 대신 친구로 삼아 그들로부터 지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타고난 능력도 노력이 완성한다.
타고난 능력과 끊임없는 노력, 이 두 가지가 갖추면 매우 탁월한 사람이 된다. 두 가지 중 더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평범하지만 노력하는 사람은 탁월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다. 명예는 노력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데, 노력이 적으면 그 명예의 가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도 노력의 부족 때문이지, 능력이 부족한 경우는 드물다. 타고난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고, 노력은 그것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수단이다.
타인의 의지를 움직이려면 그 사람의 약점부터 파악하라.
다른 사람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를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즉 사람마다 무엇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명성을 좋아하고, 어떤 이들은 이익을 좋아하며, 어떤 이들은 쾌락을 좋아할 수 있다. 저마다의 취향을 알아내어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다. 이는 저열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데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 세상에는 도덕적이고 질서있는 사람보다 비도덕적이고 무질서한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며, 신중한 말로 그 약점을 건드려야 한다. 그러면 분명 상대방의 의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올곧은 사람을 가까이 하라.
많은 사람들이 올곧기를 원하지만, 자기 자신들의 이익과 안위를 위해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면 교묘하게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하지만 올곧은 사람들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우정과 신의를 중시하며, 자신의 손해까지도 감수하려 한다. 교활한 수를 쓰기보다는 늘 진리 편에 서서 이성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남의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라.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할 수 있으려면 거절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골치 아픈 일을 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해롭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일에 쉽사리 끼어들지 않을 뿐 아니라, 남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남의 일에 너무 신경을 쓰나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현명하게 절제하는 것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호감과 존경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행운은 용감한 자에게 손을 내민다.
자기 행운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은 훌륭한 기술이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오는 법이다. 행운이 다가오는 게 보이면,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라. 행운은 대담하고 용감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나쁘다면 그 불행이 두 배가 되지 않도록 우선 행동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 행운을 위해 용기 있게 나아갈 때를 알고, 또한 멈춰 기다릴 때를 아는 것, 즉 행운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은 인생에서 너무나도 훌륭한 기술이다.
오래되는 행운은 의심해야 한다.
이기고 있을 때 행운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유명한 도박꾼들의 방법이기도 하다. 멋진 후퇴는 용감한 전진만큼이나 중요하다. 계속 이어지는 행운은 늘 의심해 봐야 한다. 오히려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행운이 더욱 안전한 법이다. 행운은 많이 쌓일수록 더 많이 미끄러지고 모든 것을 망칠 위험도 커진다. 행운의 여신은 누군가를 너무 오랫동안 등에 업으면 싫증을 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인간본성과 관계에 대한 최고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간관계론과 관련된 명언들을 소개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브레인 김주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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