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양의 탈무드라 일컬어지는 '채근담'의 이야기입니다. 채근담에서 다루고 있는 인생철학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는 마음공부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채근담이란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기 학자인 홍자성이 지은 도서로,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는 명나라 당시에 출간된 홍자성의 채근담 판본과 후에 청나라 시기에 다시 출간한 채근담 판본과 일본으로 전해진 채근담 판본, 세 가지가 있습니다.
채근담은 인간사회에서의 고민과 해결방법을 아주 쉽고 단순하게 알려주고 있어 오랜 시간, 누구나에게 편하게 읽혀진 인생 지침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 제목인 '채근(菜根)'은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송나라 왕신민의 '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에서 가지고 있으며, 즉 나물 뿌리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처럼 담담하고 소박하지만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채근담의 구성
책의 구성은 전집 225장과 후집 134장으로 되어 있으며, 전편은 주로 사람들과의 교류하는 내용을 다루었으며, 후편에서는 자연에 대한 즐거움과 인생의 처세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삶의 진리나 깨달음도 참으로 소박하고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홍자성은 큰 이력 없이 명나라 말 시대의 그저 그런 학자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은 채근담은 수많은 학자와 사상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채근담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처 깨우치지 못했던 지혜를 일깨워주며, 속세와 더불어 살되, 비루함과 천박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생의 지침서라 할 수 있습니다.
심신수양
채근담의 주옥같은 내용 중에서 오늘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심신수양과 관련된 격언들을 실어 봅니다.
귀에는 늘 거슬리는 말이 있기 마련이요, 마음에는 언제나 불편한 일들이 있으니 이는 결국 자신의 덕행을 갈고 닦는 숫돌이 된다. 만일 모든 말이 귀에 즐겁고 모든 일이 마음에 흡족하다면 이는 곧 자신의 삶을 짐새의 독 속에 묻는 것과 같다.
들리는 모든 말이 즐겁고, 하는 일마다 마음이 흡족하다면 이는 잠시의 기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당면해야 하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무런 반성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자신의 삶을 짐독에 파묻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올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맛이 쓴 약은 입에 넣기는 힘들지라도 자신의 병세를 고치는 데는 효과적이며, 올바른 말은 당장 듣기는 싫더라도 자신의 행동을 똑바로 하는 데에는 좋은 가르침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당장은 듣기 싫은 말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라도 결국에는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켜 주는 명약이자 채찍이 될 것입니다.
명아주를 씹고 비름나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대부분 얼음과 옥처럼 맑고 깨끗하다. 예복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은 노비처럼 굽실거리며 비굴한 표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뜻은 담박함으로써 밝아지고, 절개란 부귀를 좇을수록 잃게 되는 법이다.
사람은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기쁨과 두려움이 함께 늘어갑니다. 지금 내가 남보다 더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이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조바심이 마음 한편에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본래 잃을 게 있는 사람은 자신의 지조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굴한 태도와 표정을 짓는 것쯤은 아무런 일도 아닙니다. 부끄러움은 잠시이지만 이로 인해 주어진 돈과 권력은 오래 간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지조를 버려가면서 쫓은 부귀는 결코 오래 가지 않습니다.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오명만을 남긴 채 자신의 후대까지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일뿐입니다.
자랑하기를 좋아하고 오만하게 구는 것은 모두 객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객기를 물리쳐 굴복시킨 후에야 바른 기운이 펼쳐진다. 욕정과 의식적인 생각은 모두 망령된 마음에 속하는 것이니 마음을 소진하여 없앤 후에야 참된 마음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가끔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울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객기어린 행동은 얼마 가지 못해 후회를 남길 뿐이다.
객기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서 함부로 부리는 용기를 뜻합니다. 여색 그리고 싸움. 모두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들로, 객기와 욕정을 다스려 내 몸속에서 완전히 없애야만 올바른 정신과 진실한 마음이 싹트게 될 것입니다.
배우는 사람은 정신을 수습하여 뜻을 한 길로 모아야 한다. 만일 덕업을 닦으면서도 공적이나 명예에 내심 뜻을 둔다면 반드시 참다운 조예가 없을 것이며 학문을 하면서도 시문을 읊조리는 데 흥미를 둔다면 결코 심원한 사유는 가지지 못할 것이다.
‘정신일도,하사불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신을 한 곳으로 집중하면 어떠한 일이라도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 또한 있습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한 방향으로 매진해야 한다는 교훈은 이처럼 여러 가지 표현으로 강조된 내용입니다.
자신이 세운 원대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한 눈 팔거나 도중에 돈이 되는 일로 방향을 바꾸게 되면 언뜻 최종 목표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참다운 조예나 심원한 사유는 가질 수 없게 됩니다.
한 가지 방면에 십년 이상 종사한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르고, 수 십년 동안 그 분야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분들에게는 장인이나 명장 등으로 호칭합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좌절과 시련을 겪고도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정진한 결과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글이나 써대는 사람이 될 것이요, 벼슬을 하면서도 백성들을 아끼지 않는다면 관을 쓴 도둑이나 다름없다.
모든 일은 애초에 본연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책을 통해 성현들의 지혜를 배우고자 함이며, 벼슬을 하는 것은 백성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자 함입니다. 이러한 목적의식이 사라진다면 이는 알맹이 없는 허울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고자 하는 마음 없이 매달 월급만을 기다리고, 경찰이나 공무원이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 없이 퇴직 후의 연금만을 기다리며 일을 한다면 이는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잃어버린 채 그저 돈을 버는 도구로써의 직업이 있게 될 뿐입니다.
책을 읽는 것을 지식 과시의 수단으로 삼으며, 벼슬을 하는 것을 부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이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것으로 자신의 영달 외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행위가 됩니다. 학문을 함에 입으로만 떠들어대고 실천하지 않는 것도, 사업을 함에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본래 목적은 어떤 것인지, 현재 나는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음의 본체가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서도 푸른 하늘이 있을 것이요, 머릿속이 어두우면 대낮에도 악귀가 생겨난다.
같은 그림을 보아도 현재의 마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같은 주제의 그림을 그려도 그리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처럼 나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림으로나마 어렴풋이 내 마음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떠한 사진을 보았을 때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실제와는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핏 보았을 때 구불구불해 보이는데 실제 자로 재보면 직선이 경우도 있으며, 분명 내리막길로 보이는 데 실제로는 오르막길인 제주도의 명소인 도깨비 도로도 있습니다.
이처럼 시각적인 작용은 우리의 마음가짐과 머릿속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열심히 살아보려는 밝은 마음가짐을 가지면 한 줄기 빛으로도 큰 원동력이 됩니다. 반면, 좋은 환경에 처해 있어도 방탕한 몸가짐과 나태한 자세를 가지면 잠시의 유혹에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이어지게 됩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올바른 생각이 우리의 눈을 조종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나쁜 일을 하고 나서 남이 알까 두려운 것은 악행 가운데서도 아직 선을 향한 길이 있는 것이요, 선한 일을 하고 나서 남이 알아주는 데 급급한 것은 곧 선한 곳에 악의 뿌리가 남아 있는 것이다.
잘못은 누구나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급급하며 드러났을 때에는 변명하고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드러난 후에도 이를 고쳤다는 얘기를 듣기 힘듭니다. 누군가 개과천선했다는 일화가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고사로 남아있는 이유입니다.
선행 또한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하게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진실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그마한 선행도 말하지 못해서 입이 간지럽고, 어쩌다 우연히 남이 알게 되어 많이 소문내주길 내심 바라기도 합니다.
자신의 잘못은 감추고 인정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래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자가 있다면 이 사람은 그래도 마지막 양심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행을 한 후 여기 저기 떠벌리는 사람은 그 행동의 순수성은 좋게 보아야 하지만 악의 씨앗이 마음속에 남아 있으니 여전히 수양해야 합니다.
복은 억지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기쁜 마음을 길러 복을 부르는 근본으로 삼을 뿐이다. 재앙은 억지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없애 재앙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삼을 뿐이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이 처해 있는 현재의 환경을 억지로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쁜 일을 찾아 일상의 활력소로 삼는 것은 행복한 삶을 영위해나가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나에게 닥친 불행한 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자신의 잘못된 처세나 행동 양식이 쌓여 그것의 결과로 온 것도 있으며,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처럼 예견하지 못한 채 갑자기 들이닥친 재앙도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 때문에 불행한 상황에 직면했다면 그것을 고치고 헤쳐 나가려고 노력해야겠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이 맞이한 불행이라면 억지로 벗어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에게 들어오는 행복도, 어쩌다가 찾아온 시련도 모두 억지로 구하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행복을 구하고 불행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그 안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사욕은 비우지 않아서는 안 되니, 이러한 마음을 비워야 의리가 들어와 살게 된다. 진심은 채우지 않아서는 안 되니, 이러한 마음을 채워야 물욕이 들어오지 않게 된다.
모든 것에는 한정된 양이 있어서 어떤 한 부분이 가득 차면 어떤 한 부분은 없어지게 되는 것이 삶의 진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집어넣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무언가를 비워놓아야 합니다. 우리 몸에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몸 상태부터 돌보아야 합니다. 몸 안의 독소들을 비워 몸이 깨끗해지면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처럼 마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남의 것을 탐하고 시기질투하는 마음이 사라져야 의로운 마음이 들어설 수 있으며, 참다운 마음이 가득하게 되면 물욕이 침입할 틈이 없게 됩니다. 비워야 채워지고, 채워지면 또 비우게 되는 이치를 깨우쳐야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또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을 해 보아야 합니다.
기상은 높고도 넓어야 하나 정상적인 기준을 벗어나서는 안 되며, 마음은 치밀해야 하나 너무 소심해서는 안 된다. 취미는 맑고 담백해야 하나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며, 지조를 지킴은 엄격하고도 분명해야 하나 과격한 데까지 이르러서는 안 된다.
중간만 가도 다행이다. 어떠한 일에서 큰 성취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흔히들 하는 말입니다. 최고의 자리에 가지는 못할지라도 중간수준이라도 이르면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뜻으로, 중간 수준에 도달하는 것 또한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계획을 세워 돈을 쓰고 쓸 데 없는 곳에는 잘 쓰지 않는 사람을 검소하다고 하지만, 검소함이 조금만 지나치면 자린고비가 되고 맙니다. 늘 긍정적이고 외향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활발하다고 하지만, 조금만 지나치면 방탕한 사람이 됩니다. 중간만 간다는 건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중도의 기준이라는 것은 사실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암묵적으로 정해 놓는 상식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러한 선을 지키는 수준이 바로 중도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허름한 집도 깨끗이 청소를 하고, 가난한 여인도 정결히 머리를 빗으면 겉모습은 비록 예쁘고 화려하진 않더라도 기품은 절로 우아하다. 그러니 선비가 일시적으로 곤궁함과 쓸쓸함을 겪는다 한들, 어찌 바로 자포자기하겠는가!!
부귀는 언제라도 변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품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래의 기품이 높고 우아한 사람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어도 초라하거나 쓸쓸한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 자체가 명품인 사람은 값비싼 옷이나 가방을 지니고 있지 않아도 특유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와 빛이 나는 법입니다. 지위가 높고 명예로운 사람도 한 순간의 실수로 추락할 수 있으며, 어렵고 힘들게 살던 사람도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아 좋은 환경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여러 요인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영원토록 변하지 않는 올바른 몸가짐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법입니다.
기생이라도 인생 만년에 한 명의 남편을 따르게 되면 예전의 분칠도 거리낄 것이 없고, 정숙한 부인이라도 흰 머리가 되어 정조를 잃게 되면 평생의 절개가 사라져 버린다. 사람을 평가하려면 인생 후반부를 보면 된다.
젊었을 때의 가난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가난하다면 그것은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젊었을 때의 부귀와 성공은 자신의 노력보다는 부모님의 은택이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부귀한 삶을 영위한다면 이것은 자신 또한 열심히 살았다는 반증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 자신의 처지 때문에 부도덕한 일에 몸담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노년에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는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젊었을 때 보다 자신의 의지로 개척된 말년의 삶을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항상 원만하게 할 수 있다면 천하가 절로 결함 없는 원만한 세계가 될 것이요, 내 마음을 항상 평화롭게 할 수 있다면 천하에 절로 험한 인정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마음의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건강이나 재산문제, 인간관계와 바쁜 업무 등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없애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통장에 당장 십만원도 없지만 고마운 지인에게 커피 한 잔 대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수십 억대의 자산가여도 자신이 돈을 쓰는 것에 지나치게 인색한 사람도 있습니다. 없는 상황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의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여유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높은 가치이며 인격입니다. 마음이 평화롭고 원만하다면 자신이 속한 세계가 어는 곳보다 행복한 낙원이 될 것이며, 근심과 걱정이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사람의 진실한 마음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할 수도, 견고한 성벽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거짓된 사람은 사람을 대하고 있을 때는 그 얼굴이 가증스러울 뿐이고, 홀로 있을 때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진실한 마음이 가지는 힘은 위대합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일을 접하다 보면 결국은 그 마음이 전해져 나에게 큰 행복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진실된 마음을 가진 사람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진실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남을 대할 때에도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에 그 표정이 밝고 혼자 있을 때에도 떳떳합니다. 반면, 거짓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남을 대할 때에는 속이기 위해 가장된 표정을 짓게 되고 혼자 있을 때에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자신의 거짓된 마음을 깨닫고 이를 부끄럽게 여겨 진실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이한 것에 놀라고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원대한 식견을 가지지 못한다. 절개에 집착하고 독단적으로 행하는 사람은 항구적인 지조를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일반적인 것들 가운데 기이하고 독특한 것이 섞여 있으면 처음에는 특별해 보이고 눈을 확 사로잡지만, 금새 질리고 결국엔 평범한 것을 찾게 됩니다. 평범함에서 벗어나 개성이 너무 강하게 되면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원대한 식견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너무 강직하고 절개에 집착하는 모습도 좋지 않습니다. 춘추 시대 노나라 시기에 미생고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떤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가 오기 전에 비가 많이 내려 물이 불어나자 그는 다리 기둥을 붙잡고 기다리다 결국엔 죽었다고 합니다.
여자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자 물이 점차 불어나고 있는데도 약속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죽었다는 미생고의 지조를 두고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일화를 통해 미생고의 지조를 훌륭하다거나 본받아야 된다고 하기 보다는 어리석고 미련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가 지나치게 자신만의 지조를 고수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것을 진부하다 여기고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행태, 자신만의 절개를 고수하고 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행태 모두 옛 선조들이 경계하던 바였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생각이 혼란스럽고 산만할 때는 잠시 주변을 일깨울 줄 알아야 하고 긴장되고 움츠려 들 때는 전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병폐가 사라져도 또 다시 어수선한 근심이 오게 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인 사람 앞에서 이러한 조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밑져야 본전이라고 잠시 생각을 멈추고 숨을 한 번 크게 쉬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도 시키고 주변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가 정신이 산만하고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 책상 정리를 해 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온갖 잡다한 쓰레기들과 당장 보지 않을 책들을 싹 치우고 나니 마음속이 후련해지고 흐릿했던 정신이 다시 조금씩 돌아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정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쁘고 긴장되는 일의 연속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해서 긴장 상태에 있으면 목과 어깨도 경직되고 온몸에 고스란히 그 기운이 전해집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다 건강을 잃고서야 모두 부질없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바쁠수록 잠시 쉬어가는 삶, 적당히 내려놓을 줄 아는 삶을 사는 것이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인 것입니다.
권력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태세는 부귀한 사람이 빈천한 사람보다 더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다른 사람보다 골육간이 더욱 심하다. 이때 냉철한 결단으로 맞서고 평온한 기운으로 누르지 않으면 하루도 번뇌 속에 매여 있지 않은 날이 없을 것이다.
모든 형제자매들이 서로를 아끼고 친한 사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유산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등 실제로는 남보다도 더 못한 사이가 많습니다. 형제자매 가운데 좋은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축하해 주어야 할 가족이 오히려 더욱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합니다.
많이 가질수록 권력을 좇아 이리저리 빌붙을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냉철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친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대방의 경사에 시기질투를 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가진 부귀를 다른 사람들이 존경하며, 나의 좋은 일에도 진심어린 축하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정을 야박하게 하지 말 것이며 물력을 전부 다 쓰지 말라. 이 세 가지는 천지에 내 마음을 세우고 사람들을 살려주며 자손을 위해 복을 만드는 길이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 결국 인생 제일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항상 밝게 다스려야 합니다. 어두운 생각이 마음속을 지배하면 그것이 나의 표정, 언어로 드러나 나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본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도 눈을 돌려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내가 반드시 지녀야 할 자세는 바로 너그러운 마음가짐입니다. 남에게 야박하게 베풀고 조금의 잘못에도 쉽게 용서하지 않는다면 베풀고도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용서해도 원망을 사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사람은 곧 나의 후손입니다. 나의 후손이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내가 현재 가진 물력을 마구 쓰며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적절히 남을 위해 베풀고, 또 어느 정도는 후손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대대로 복을 만들어가는 방법입니다.
본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다른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면서 후손에게도 복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제법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도리어 즐거움만을 쫓다가 괴로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통달한 선비는 마음에 어긋나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괴로운 마음이 결국 바뀌어 즐거움으로 오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 있다면 행복하기만 할까요? 반대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해야만 한다고 해서 무조건 불행하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내 마음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삶은 어느덧 쉽게 무료해지고, 노력으로 일구는 성취에 대한 감흥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후에는, 이를 통해 인내심을 배우고 인생의 많은 교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내 인생을 일구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일에 임하면서도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립니다. 내용은 부실하고 결과도 좋지 않으니 더더욱 화가 나고 괴로움만 쌓여 갑니다. 반면 이치에 통달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어긋나는 일에 당면해도 긍정적인 자세로 일에 임합니다. 즐겁게 임하다 보니 내용이 충실하고 결과도 좋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에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게 됩니다.
절개와 의리를 지키는 사람은 온화한 마음으로써 다스려야 분쟁의 길이 열리지 않게 된다. 공적과 명예를 가진 사람은 겸양의 덕으로써 이어받아야 질투의 문을 열지 않게 된다.
자신이 곧은 절개와 의리를 가지고 있다 해서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같을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에게는 쉬운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행위일수도 있고, 자신에게는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다른 죄책감이 들지 않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을 모두 포용하는 넓고 온화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절개와 의리를 주장해야 다른 사람의 원망을 사지 않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서로의 다른 생각으로 인한 분쟁의 소지가 될 뿐입니다. 훌륭한 공적을 세워 명예를 얻게 되면 곧 다른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이 때 남이 추켜세워 준다고 해서 흥분하여 자랑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곧 질투의 싹이 자라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공을 과시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수고로운 일은 앞에 나아가서 하고 공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면 당장은 드러나지 않겠지만, 겸손의 미덕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명예가 영원히 빛나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길고 짧은 것은 생각하기에 달려 있고, 공간이 넓고 좁은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은 하루를 천년보다도 길게 생각하고, 뜻이 넓은 사람은 비좁은 방도 하늘과 땅만큼 넓게 여긴다.
사람은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 수치로 계량화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분명 같은 한시간인데 직장인에게 점심시간 한시간과 퇴근시간 전 한시간은 완전히 다른 시간입니다. 점심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반면, 퇴근 전의 한시간은 일분이 십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공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은 넓은 집에 살면서도 늘 다른 사람의 집보다 부족한 면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고,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단칸방에 지내면서도 내 한 몸 뉘일 곳 있음을 감사해 합니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한가롭게 하고 뜻을 넓게 가지면 자신이 처해 있는 시공간 또한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물리적 시공간에 얽매이기보다는 하루도 일년처럼 여기는 여유로운 자세와 좁은 공간도 하늘과 땅처럼 여기는 넉넉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쁜 때가 되어서도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한가한 때 마음과 정신을 맑게 해야 하고, 죽을 때가 되어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살아있을 때 사물의 이치를 간파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드믑니다. 우리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죽음 앞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기도 하고, 병이나 사고 등으로 갑자기 죽음 앞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사람들은 대부분 큰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젊었을 때 자기 자신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재산을 불리는 것에만 집중한 것에 대한 자책감 등, 그 다양하고도 복잡한 심경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죽을 때가 되어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살아 있을 때 후회할만한 행동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맑은 정신과 자신을 돌보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대부분 동요하는 데에서 그 진심을 잃게 된다. 만일 일체의 잡념 없이 마음을 맑게 하여 고요히 앉아서, 구름이 피어오르면 유유히 함께 가고, 비가 쏟아지면 서늘히 함께 맑아지고, 새가 지저귀면 기쁘게 아는 것이 있고, 꽃이 지면 초연하게 깨닫게 된다면 어느 곳인들 참된 경지가 아니겠으며, 어떠한 것인들 참된 움직임이 아니겠는가?
모든 실수는 마음이 동요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 때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 실수가 줄어들고 그 결과에 대한 후회도 적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동요되기 시작하면 정신이 흐트러지고 판단력이 흐려져 실수가 생기게 되고 후회가 많이 남게 됩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마음을 차분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장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잃게 될 처지가 되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잘 극복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평소에 열심히 정신을 단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 속에 잡념이 없게 하려면 우선 마음을 맑게 비워야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자연 속으로 나아가 구름을 바라보며 유유히 함께 걸어보기도 하고, 비가 쏟아지면 상쾌해지는 비갠 후의 하늘을 기대해 봅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귀기울여보기도 하고, 지고 있는 꽃을 보며 인생의 덧없음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연과 동화되어 자신의 인생을 살펴볼 수 있다면, 어떠한 곳에 간들 모든 곳이 참된 경지가 되며, 어떠한 것을 마주하던 참된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채근담의 주옥같은 내용 중에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심신수양과 관련된 격언들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채근담이 말하는 인생철학을 통해 고난을 딛고 마음을 다스리는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브레인 김주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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